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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리엄마 일상(feat. 서오리)

공황 장애 그리고 모욕죄 고소

by 서오리엄마 2024. 5. 4.

공황 장애

 

난 분명 공황 장애를 앓고 있는 게 분명하다. 최근 실감 한 것은 좁은 길에서 반사경을 보지 않고 무조건 내려온 운전자와 실랑이가 있을 때였다. 마침 차 옆에서 청소 중이던 환경미화원 분들이 그 남자에게 차를 뒤로 뺄 것을 요구했는데 -환경 미화원 분들이 나를 도와주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차주가 창문을 내리자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남자 노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심장이 매우 빨리 뛰기 시작했고 다리가 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떨렸다. 거기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중이었기 때문에 자칫하다 큰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떨리는 다리를 도저히 제어할 수 없었다. 나중에서야 그 증상이 공황 장애 증상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년 가을 벌어진 일생일대의 사건으로 대인기피증과 공황 장애가 온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병원을 찾지는 않았다. 평소 두통이나 극심한 생리통에도 약국에서 진통제 하나 사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약 먹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으면 분명 약으로 조절할 텐데 그게 너무나 싫고 두려웠다. 힘들어하는 나를 묵묵히 지켜준 남자친구는 병원이든 한의원이든 계속 거부하는 나를 위해 차라리 운동을 시작해 보라고 조언했고 지난달부터 요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작년부터 시작한 골프도 이제 본격적으로 배워보려고 한다. 아직도 가끔씩 찾아오는 죽을 것 같은 공포와 불안감, 노인만 보면 심장이 뛰고 온몸이 떨리는 증세 때문에 힘들지만 운동과 사랑으로 극복해 보려 한다. 그리고 이제 달리 대응하기로 했다. 어제의 일이었다.

 

2024년 05월 03일 금요일 모욕죄 고소 경찰서 방문

 

요가를 하러 가는 길은 참 귀찮은데 선생님을 뵙고 요가매트에 앉는 순간 평화가 마음속에 가득 찬다. 요가를 끝마치고 후다닥 오리를 보러 오는 길도 너무나 행복하고 즐겁다. 하지만 또 한 번 풍파가 불어닥쳤다. 작년 가을 벌어진 큰 사건으로 노인만 보면 심장이 쿵쾅거리기 때문에 산책 중 멀리 어르신의 모습만 보이면 피해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화단에서 불쑥 고개를 내밀더니 불러 세워서 쌍욕을 날리는 할머니 앞에 또 한 번 무너졌다. 왜 면전에 대고 그렇게 욕들을 하는 걸까. 2년간 산책을 다니며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욕들을 들으며 살다 이제는 참지 않기로 했다. 오늘 들은 욕은 "개 같은 년"이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바로 112에 신고하고 집에 와 펑펑 울었다. 심장과 팔다리가 떨려 운전은 할 수 없어 택시를 타고 경찰서에 바로 가 고소장을 접수했다. 오늘 이 순간부터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에게만 시비를 걸고 쌍욕을 시전 하는 경박스러운 노친네들을 용서하지 않기로 했다. 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철저하게 모두 응징하기로 했다. 이제 눈물은 없다. 어른 같지 않은 어른에게 어르신 대접은 없다. 

 

경찰서를 갔다 오자마자 다시 산책을 나왔다. 해맑게 웃는 네 모습을 보면 너무나 행복한데...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리와 두루미의 존재 자체로 큰 위로가 되었다. 또한 남자친구의 자리가 얼마나 큰 지도 알게 되었다. 내가 만약 혼자라면? 이런 힘든 상황 속에 온전히 서있을 수 있었을까?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길래 멋진 남자친구와 오리, 두루미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일까. 친구들도 좋지만 난 언제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나보다 훨씬 현명한 남자친구와 언제나 의젓하지만 온몸으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오리, 그리고 가족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큰 위로가 되는 작고 소중한 두루미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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