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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리엄마 일상(feat. 서오리)

반려견 산책과 민형사 소송에 대한 고찰

by 서오리엄마 2024. 3. 7.

작년 10월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제가 피고소인이 되기도, 고소인이 되기도 한 이 사건으로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졌지만 반려견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힘내고 있습니다. 밤마다 자기 전 기도합니다. 제가 민형사 소송을 반드시 이기고 싶은 단 한 가지 이유는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인 피해보상 때문이 아닙니다. 표면상 이유는 그러하지만 속내는 약해 보이는 사람에게만 시비를 거는 일부 몰지각한 노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어르신들이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보통 산책을 할 때면 어떻게 이렇게 얌전하냐, 왜 개가 안 짖냐, 견종이 뭐냐, 미용을 시킨 것이냐, 왜 이렇게 잘생겼냐 등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이런 시비는 한 달에 한두 번 생길까 말까였습니다. 하지만 왜 저 혼자 있을 때만 시비가 생기는 것일까요? 남자친구나 남동생,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할 때면 인상 쓰며 시비 거는 어르신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마른 체형에 평소 산책을 할 때 운동복에 비니를 쓰고 있으니 SUV 운전석에 앉아있으면 더 작고 어려 보였겠지요. 처음 노부부와 시비가 붙었을 때 그 노부부는 지 부모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람에게 욕했다며 저에게 사회의 쓴맛을 보여준다며 의기양양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 제 부모님도 어르신 나이뻘입니다. 먼저 시비를 걸었어도 그 대상이 '개'이기 때문에 본인들은 죄가 없을 것이란 판단에 경찰에 신고를 했겠지요. 왜 조용히 차량 카시트에 앉아있는 개에게 쌍욕을 하고 손지검을 하시는 겁니까? 몰려든 구경꾼들은 그 노부부의 말만 듣고 어린 저에게만 눈을 흘기며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처음, 노부부와 시비가 벌어졌을 때 -제 피해가 훨씬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최초로 경찰에 신고한 것은 노부부였습니다. 남편이 경찰에 신고하고 있는 틈에 부인이 등산스틱을 휘두르며 운전석에 앉아있던 제게 와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 것입니다. 사건 당일 몰려든 구경꾼들, 출동한 경찰들 까지 모두 노부부 편을 들어 황망함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갈되어 빈 껍데기로 서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현실이 아닌 듯한 느낌을 받았지요. 사람들은 그 노부부가 경찰에 신고한 이유는 -본인들의 죄는 생각 못하고- 제게 합의금을 뜯어내려는 심산이었을 것이라 말합니다. 노부부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차근차근 사건을 재구성하며 대응하기로 한 것은 이 건이 선례로 남아 약해 보이고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어르신들이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동네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운전석에 앉아 있을 때 시비가 붙은 것인데, 전면 썬팅을 진하게 해서 아예 안 보이게 했어야 했나 후회가 되었습니다. 어찌 됐건 시간이 흘러 최종 결과가 나오면 그 노부부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소문이 퍼지겠지요. 단 한 명의 어르신에게 침묵이 미덕이라는 것, 젊은 여성이라고 함부로 대하면 큰코다친다는 사실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이 모든 상처와 고통을 감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1301'에서 문자가 오면 가슴이 철컹 내려앉고 어지럼증과 함께 속이 울렁거립니다. 신경쇠약에 걸린 것 같지만 사랑하는 반려견의 보호자이기에 이대로 무너질 수 없습니다. 의지는 강하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네요. 신체적으로 힘든 증세가 나타나면 그 즉시 반려견의 몸에 코를 묻고 깊이 호흡합니다. 제게는 반려견의 체취가 그 어떤 아로마테라피보다 훌륭한 치료 효과를 보입니다. 빨리 사건이 마무리되어 그 노부부가 조금이라도 반성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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