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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리엄마 일상(feat. 서오리)

새끼고양이 구조

by 서오리엄마 2023. 6. 2.

어쩌다 캣이모

 

반려견을 키우다 보니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시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고양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동물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동안 길고양이들을 애써 외면해 왔습니다. 제가 키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3년 5월 30일 밤, 지인에게 아픈 새끼고양이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 지인분도 다른 지인분이 연락해서 알게 된 거였고요. 지인분은 이미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계신 분이라 더 이상의 입양은 힘든 상태였습니다. 서로 가슴 아파하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오리와 함께 그곳으로 가보았습니다. 

 

 

주택가 길 한가운데 아기 고양이가 쓰러져 있습니다. 길 한복판이고 앞에는 주차장이 있었기 때문에 너무 위험해 보였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멀리 차 밑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주변 길고양이 중 한 마리인 줄 알았습니다. 위급한 상황이라 바로 동물병원으로 가기 위해 오리는 집에 데려다 놓고 박스 하나를 구해왔습니다.

 

 

다시 가보니 어른 고양이 한 마리가 새끼 옆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 새끼고양이와 너무 똑같이 생겼더군요. 네가 엄마구나? 물어보는데 고양이는 자리를 피합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가만히 엎드려 저를 지켜봅니다. 조심히 새끼 고양이를 박스 안에 담아 우선 길가에 옮겨놓았습니다. 이른 아침이지만 염치를 무릅쓰고 지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제 말씀하셨던 고양이를 보러 왔는데 상태가 심각해 보인다,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갈 건데 고양이 동물병원을 추천해 주시라고. 지인분은 전화로 내용을 듣자마자 그 이른 아침에 제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셨습니다. 아기는 탈진했는지 맥없이 쓰러져 있었고 지인분은 박스에 수건과 핫팩을 깔고 거즈를 적셔 몸 구석구석을 닦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뜨지 못하고 있는 눈 쪽을 닦아 주는데 오른쪽 눈에서 왈칵 고름이 쏟아져 나옵니다.

 

둘 다 동시에 울음이 터졌습니다. 고름은 몇 번을 닦아내도 계속 나왔고 끝내 오른쪽 눈은 떠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고양이를 두고 고민을 했습니다. 제 처음 생각은 고양이를 치료해 주고 다시 원래 있던 장소에 놓아주려던 것이었는데요, 치료해 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치료를 해주려면 끝까지 책임져야 된다고. 그렇게 고민하다 자취하고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합니다. 아기 고양이가 응급상황이라 병원에 가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입양처가 필요하다고. 원래 유기묘 입양을 생각하고 있던 동생은 알았다고 말합니다. 다행히 이번 주는 동생이 재택근무를 하는 주였습니다. 

 

고양이에게 조금만 더 버티라고 애원하며 병원에 갔습니다.

 

 

병원도착 후, 저도 모르게 계속 아기 고양이가 숨을 쉬고 있는지 계속 확인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제발... 제발 힘을 내줘.....

 

 

병원에서는 고양이의 나이를 2~3개월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체중은 400g, 케어를 잘 못 받은 상태라고. 천만다행으로 못 뜨고 있던 고양이의 오른쪽 눈이 떠졌습니다. 다행히 분변검사에서 원충성기생충은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심장사상충과 내외부기생충약을 바르고 필에이드를 물에 희석시켜 주사기로 주니 잘 받아먹습니다. 

 

처음에는 배밴패드를 깔아주라고 하시며 배변패드와 필에이드를 챙겨주십니다. 눈은 소독약과 항생제를 넣고 하루 세네 번 거즈로 닦아내 주라고 하셨습니다. 고양이에게 위험한 범백검사는 당장은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다. 일주일 지켜보고 일주일 뒤에 다시 내원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서 진료 끝난 후 모습입니다. 고름이 너무 많이 나와 한쪽 눈을 잃는 줄 알았습니다.

눈을 뜬 모습을 보니 너무 감사했습니다. 

네 이름이 맘에 드니?

 

그렇게 동생집으로 아기고양이를 데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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