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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모욕죄 고소 후기

by 서오리엄마 2024. 6. 11.

프로고소러 되기 

 

살면서 변호사를 찾게 될 일이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반려견, 그것도 중형견의 반려견을 키우는 여성보호자라면 이런 시비가 드물지 않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느끼게 되실 겁니다. 실제로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한 2년 동안 월평균 세네 건 정도의 큰 시비가 있어왔습니다. 처음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을 때 반려견의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참을 쳐다보며 구경하던 할아버지 한 분이 말을 겁니다. '결혼해서 애를 낳으세요. 다 부질없습니다.', 아침 6시가 되기도 전에 첫 산책을 나가는 데 잠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반려견과 함께 서서 보고 있는데 노부부가 제 옆을 지나가며 또 말을 하십니다. 할아버지가 '남편 밥은 차려놓고 나오나 몰라. 쯧쯧쯧.', 할머니는 미소로 맞장구 쳐주십니다. 부창부수겠지요. 어떻게 초면에 저런 말들을 할 수 있나 처음에는 충격을 받고 상처를 받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어르신들은 양반축에 속하셨습니다. 참고로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말을 제일 싫어하는 반려인으로서 제 반려견이 짖거나 사나운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까 봐 아래에 음성파일을 따로 올려놓겠습니다.

 

다짜고짜 쌍욕을 날리시는 분들, 등산 스틱을 휘두르시는 분들 다양한 어르신들의 행태를 봐오다 '고소'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제가 역으로 쌍욕을 하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작년 10월, 차량 카시트에 얌전히 앉아 있던 반려견에게 쌍욕을 하며 손지검을 한 노인에게 처음에는 존댓말로 항의하다 반말로 대응하는 노인에게 제가 쌍욕을 뱉었습니다. 살면서 쌍욕을 들어본 적이 없다 2년 동안 주중행사처럼 쌍욕을 듣다 보니 제 입에서도 쌍욕이 나간 것입니다. -욕한 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절대 욕을 하지는 않습니다.-  왜 가만히 있는데 시비를 거는 것일까요. 그동안의 설움이 폭발 쳐  울부짖었습니다. 노인은 바로 경찰을 부릅니다. '모욕죄'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됩니다. 물론 그 노부부와 저는 서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에게 먼저 쌍욕을 하고 손지검을 한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경찰관의 말과 앞으로 쌍욕 하는 노인들을 신고하라는 말을 듣고 저는 결심합니다. '프로고소러'가 되기로요.

 

지금까지 세 건의 고소를 진행했습니다. 처음 반려견에게 손지검한 그 노부부와는 변호사를 통해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모두 저 혼자 고소장을 작성했습니다. 두 번째 건은 모욕으로 구약식 처분 결과가 나온 상태이고 세 번째 건은 저번주에 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내일 피고소인 조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사건이 종결된 두 번째 건에 대해 포스팅하기 위해 이렇게 길게 서문을 작성했습니다. 아, 반려견을 키우는 여성 반려인들의 경우 제가 이렇게 많은 시비를 겪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저는 168cm에 52kg, 보통 운동선수로 오인받는 건장한 체격을 가졌습니다. 운동을 좋아해 태권도 3단, 라이프가드,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는 요가와 골프를 하고 있습니다.

 

참 건장하지요? 그래도 일부 노인들 눈에는 그냥 약한 여자사람일 뿐입니다.

 

여성 지인들은 자신들이 키가 작아 시비가 많이 붙는 줄 알았다며 제게도 이런 많은 시비가 일어나고 있는 줄을 몰랐다고 하는데요, 일부 몰지각한 노인들에게는 젊은 여자는 다 약해빠지고 공격 가능한 대상일 뿐입니다. 남자친구나 남동생과 산책을 나갔을 때는 말을 붙이거나 쳐다보는 노인들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지요. 심지어 할아버지들만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닙니다. 애석하게도 제가 한 고소 세 건의 피고소인들은 모두 여성이십니다. 연령대는 공교롭게도 짜 맞춘 듯 60대, 70대, 80대입니다. 산책을 하실 때 눈빛을 흘기며 쳐다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조심하십시오. 앞서 말씀드렸지만 혹시 제 반려견이 진돗개라 사나워서 노인들의 심기를 자극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 다음의 음성파일을 첨부합니다. 제 반려견의 짖는 목소리를 들으신 분들은 아마 없으실 겁니다. 하루 평균 6~7번의 배변산책을 하고 있기에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처음 보신 분들도 왜 이렇게 잘생겼냐, 어떻게 관리했냐, 왜 이렇게 순하냐 등의 칭찬을 해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십니다. 하지만 화가 많으신 30%의 노인분들은 제게 시비를 걸어오십니다.

음성 070-1(개를어떻게그렇게이쁘게길렀어요).m4a
0.24MB
음성 067-1(잘생기고안짖는다고두분이계속칭찬).m4a
0.49MB
음성 066-1(오리가참착하다.그렇게나대도).m4a
0.38MB
음성 067-1(날씬하고안짖는다고칭찬).m4a
0.53MB

 

 

모욕 고소 결과

 

○피의자: 김**

-모욕: 구약식

-벌금: 30만 원

-사건 개요: 다중이 이용 중인 공원을 지나가고 있는 고소인에게 '개 같은 년'이라고 욕설함.

 

타임라인

 

2023년 5월 3일 사건 발생

2023년 5월 3일 고소장 접수(경찰서에 방문해 직접 수기로 고소장 작성하고 옴)

2023년 5월 23일 고소인 조사(증거자료 동영상파일 CD제출, 신분증 지참)

2023년 5월 31일 피고소인 검찰송치

2024년 6월 4일 피의자 구약식처분

2024년 6월 5일 구약식처분 통보일

 

사건 발생 당일, 집에 와 펑펑 울고 도저히 운전은 할 수 없어 택시를 타고 바로 경찰서에 가 수기로 고소장을 작성하였습니다. 어떤 죄로 고소하는지 육하원칙에 따라 작성하시면 되고 처벌을 간곡히 원한다고 마지막에 쓰시면 됩니다. 고소장은 경찰서 민원실에서 어떤 식으로 써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시니 굳이 긴 내용이 아니라면 경찰서에 가서 직접 쓰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고소장 작성 후 2주가 지난 뒤 수사관에게 연락을 받았고 그때 고소인 조사 일정을 잡습니다. 고소인 조사 당시 수사관이 피고소인이 고령인 것을 엄청 강조하길래 수사관이 사건을 나이브하게 처리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결국 피고소인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송치되었습니다. 고소인 조사 때는 특히 왜 이 사람을 고소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고소이유'에 대해 명확히 생각을 정리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수사관이 질문했을 때 저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는데, 지난 2년간 수 없이 많은 욕설을 들었던 경험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울음이 나왔습니다. 고소이유에 대해 저는 보통 욕설을 내뱉은 노인들에게 신고한다고 하면 바로 저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분 같은 경우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계속 삿대질을 하며 큰소리를 치셔서 고소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고소 고발 사건 검색 방법은 다음의 포스팅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형사사법포털 고소사건 검색

내가 고소한 사건의 현재 진행 상황이 알고 싶을 때 고소인이신가요?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신 분이라면 내가 고소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오늘은 고소 고발 사

seo5rimom.tistory.com

 

형사사법포털 홈페이지에 사건번호를 입력하시면 진행상태와 처분결과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두 번째로 고소한 이분은 81세의 여성분으로 수사관은 워낙 고령이라 화해를 권고하셨으나 사건 발생 후 사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끝까지 사과하기를 거부하셔서 고소를 계속 진행한 케이스입니다. 사건 이후로 대 여섯 번을 더 마주쳤고 이분은 경찰에 피고소인 조사 연락을 받은 날까지도 사과 언급이 없으셨다고 해서 고소를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하지만 경찰 연락을 받은 다음 날 마음이 바뀌셨는지 사과를 하시겠다고 했는데 그때는 제가 이미 마음을 굳힌뒤라 사과받기를 거절하였습니다. 워낙 고령이라 어떻게 처분이 날지 궁금했는데 이 80대 여성분은 모욕으로 구약식 30만 원의 벌금 처분을 받으셨습니다. 이분이 제게 한 욕은 '개 같은 년'입니다. 물론 그전에 시비가 붙을까 봐 존댓말로 대꾸한 뒤 얼른 가던 길을 가려는데도 삿대질을 하며 불러 세운 뒤 '개새끼를 끌고 다니면~'으로 시작해 '개 같은 년'을 시전 하여 경찰을 부르게 된 것입니다.

 

모욕죄의 성립요건

  • 공연성
  • 특정성
  • 모욕성

공연성은 목격자가 있느냐의 여부(○ 공원이라 7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음)

특정성은 그 욕이 피해자인 나를 향하고 있는가( ○ 정확히 '개새끼를 끌고 다니는 나'를 지칭하여 욕설함)

모욕성은 말 그대로 모욕적인 언동입니다.( ○ '개 같은 년'이라고 발언함) 욕설은 대부분 들어가지만, 찾아보니 '아이 씨발' 같은 욕설은 자조적인 욕설이라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당한 피해사실이 모욕인지 확인하기 위해 변호사 전화상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보통 15분 전화 상담에 2~5만원 정도의 상담료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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