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에게 배변 교육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해 결론은 진돗개에게 '실내배변'을 위한 배변 교육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진돗개에게 실외배변이 숙명이라는 것을 몸소 실감한 날이 있습니다. 그릭요구르트를 급여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잘 먹길래 다음 날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었습니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차가운 그릭요구르트를 정량보다 과한 양을 준 것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22년 11월 13일 일요일, 한창 잠이 든 새벽이었습니다. 강아지 때를 제외하고 오리가 새벽에 저를 깨운 것은 그날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새벽 1시 반, 오리의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저에게 와 몸을 한 번 털어 견기척을 낸 후 제가 쳐다보자 그렁그렁한 눈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지금 깨운 것에 대한 미안함과 급박함의 눈길이 느껴졌습니다. 설마 이 시간에? 불현듯 어제 준 요구르트가 생각이 납니다.
"어야 가자고?"
말이 떨어지자마자 오리는 저에게 긍정의 뽀뽀를 한 후 몸을 문밖으로 돌리며 일어나라고 발을 동동 구릅니다. 설사인 예감이 들어 부리나케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향했습니다. 하필 추적추적 비까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전력질주를 하며 달려 나가던 오리는 그렇게 800보 정도를 걸어 알맞은 자리를 찾은 후 볼일을 보았습니다. 예상대로 설사였습니다. 그렇게 새벽 1시 반 왕복 15분의 배변 산책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3시 반 다시금 오리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역시나 몸을 털며 저를 깨우는 오리에게 슬쩍 모른 척을 해봅니다. 이제는 손을 핥아 깨웁니다. 다시 "어야 가자고?" 해봅니다. 오리는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빛으로 미안함과 긍정을 표현합니다. 또 잽싸게 옷을 챙겨 입고 오리와 한참을 뛰어가 볼일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도 설사였습니다. 겨울이라 챙겨 입을 옷도 많아 빨리 입는다 해도 나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도 보호자가 옷 입기만을 기다리는 그 시간에 정작 당사자는 얼마나 식은땀이 났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오리는 저를 깨우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저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새벽 1시 반과 새벽 3시 반에 설사까지 참으며 실외배변을 하는 아이를 보며 나직이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강아지 때의 기억을 되살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법도 한데 그 긴박한 상황도 참으며 밖으로 나가는 오리를 보며 진돗개에게 실외배변은 정말 숙명이구나 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증거자료] 시간을 정해 놓고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 아침마다 만나 산책을 하던 다른 반려인들이 시간이 되었는데도 오지 않는 저와 오리를 기다리다 집에 돌아간 뒤 보낸 메시지입니다. 원래 5시 반에 일어나 6시에 산책을 나가는데 새벽에 두 번이나 깨서 나갔다 오는 바람에 늦잠을 자게 된 것입니다.
강아지 시절의 진돗개 배변 활동
보통 실외배변이 반려인들에게 선택의 문제라면 제가 겪은 사례처럼 진돗개에겐 숙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돗개를 키우다 보면 알겠지만 진돗개는 고양이와 비슷한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보호자에게 의존적이기보다 독립적이며 청결을 매우 중시해서 스스로 그루밍을 하며 몸을 깨끗하게 합니다. 그런 깔끔한 성격의 아이다 보니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배변활동을 하는 것이 진돗개에겐 애초에 상식밖의 일인 것입니다. 오리를 데려오기 전 오리의 친정에서도 그 점을 신기해하셨습니다. 아장아장 걷는 새끼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배변활동을 하기 위해 부단히 걸어간다는 것입니다. 제가 오리를 입양한 이후 강아지 시절에도 자신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 예를 들어 창가 쪽과 베란다, 화장실에서 배변활동을 했습니다. 베란다와 화장실에서만 볼일을 보면 치우기에 조금 더 수월할 텐데 거실 창문이 닫혀있으면 창가 쪽에 볼일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때 혹시나 하고 창가 쪽에 제가 입던 수면잠옷가지들을 바닥에 펼쳐 놓았더니 그곳엔 볼일을 보지 않더군요. 단 한 번도 제 옷에 볼일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강아지 시절 화장실에서만 볼일을 보게 하기 위해 제가 입었던 수면잠옷을 창가 쪽에 삥 둘러 펼쳐 놓고 생활한 적이 있었습니다. 보기엔 난장판이었지만 본인의 생활반경에는 절대 볼일을 보지 않고 가족의 물건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오리를 말없이 설득시키는 데에는 안성맞춤인 방법이었습니다.
강아지 시절의 진돗개 배변 교육
- 볼일을 보지 말았으면 하는 공간에 보호자의 옷가지들을 뿌려놓기(수면잠옷 활용)
- 화장실에 강아지가 볼일을 보러 들어가면 지켜보고 있다가 싸자마자 폭풍 칭찬을 해줍니다.
- 화장실에 볼일을 보고 난 후엔 바로 물로 깨끗하게 치우고 밀대로 물기를 깔끔하게 제거해 줍니다.(물을 싫어하는 진돗개의 특성상 바닥에 물기가 남아있으면 들어가기 싫어합니다.)
산책 시작 후 진돗개 배변 활동
태어난 지 3개월 때부터 규칙적으로 산책을 나가게 돼 그날부터 강아지 시절의 실내배변은 추억 속에 담아놓습니다. 본격적인 산책이 시작된 그날부터 진돗개는 바로 실외배변만 하는 강아지가 됩니다. 큰 물길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실외배변은 우리 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내배변을 하는 강아지를 원한다면 애초에 진돗개를 반려견으로 입양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오리만의 사례라고 단정 짓기엔 산책을 하며 만나는 수많은 진도피를 가진 아이들 모두 실외배변을 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산책 시작 후 진돗개 배변 교육
실외배변이 숙명인 아이들에게 배변 교육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요? 며칠이고 나가지 않으면 실내배변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배변욕구조차 해결해주지 못할 것 같으면 강아지 입양은 재고해 보시라고요. 현재는 하루 최소 네다섯 번 이상의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생리기간 때는 그 횟수가 두 배 이상이 되기도 합니다. 산책이라 해서 한 번 나갈 때마다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 갔다 오는 것이 아니라 낮에는 말 그대로 짧게 짧게 배변만 해결하고 돌아오고 자기 전 밤산책 때는 차를 타고 나가 하네스를 풀고 맘껏 뛰어놀 수 있게 해 줍니다. 오리를 데려온 이후 아침에 늦잠을 자본 일이 없습니다. 휴일이면 항상 9시, 10시에 일어나던 제가 휴일 아침에도 6시 전에 일어난답니다. 강제로 365일 미라클모닝을 실천하게 해 준 반려견, 정말 피곤한 날에는 기계처럼 눈뜨고 옷 입고 자동으로 다리가 움직여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랑살랑 걷는 오리의 뒷모습을 보면 또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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